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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0 08:49 83 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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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몽고반점 3중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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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몽고반점


━━━ 직업 : 비디오작가 ━━━

마침 작업실 문은 잠겨 있었다.

일요일 오후는 거의 유일하게 그 혼자서 작업실을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업 메세나 운동의 일환으로 K그룹에서 본사건물 지하 이층에 제공한 이 여덟 평의 공간에서는 

네 명의 비디오작가들이 컴퓨터 하나씩을 붙들고 작업했다.

고가의 장비들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 였지만,

혼자일 때에만 몰입이 되는 그의 예민한 성격으로는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83 페이지 중에서...


━━━ 몽고반점 ━━━

그의 아내가 그 일요일 오후 그에게 아들을 목욕시켜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그가 아들을 커다란 수건으로 감사서 안고 나온 뒤,

아내가 아들에게 팬티를 입히는 모습을 보며

"아직도 몽고반점이 제법 크게 남아 있군.

대체 언제나 없어지는 거지?" 하고 묻지 않았다면.

아내가 "글쎄...... 나도 정확한 기억은 없는데.

영혜는 뭐, 스무살까지도 남아 있었는걸" 하고 뜻없이 말하지 않았다면.

"스무살?"

하는 그의 물음에 "응...... 그냥, 엄지손가락만 하게 파랗게.

그때까지 있었으니 아마 지금도 있을 거야" 라는 아내의 대답이 뒤따르지 않았다면.

여인의 엉덩이 가운데에서 푸른곷이 열리는 장면은 바로 그 순간 그를 충격했다.

벌거벗은 남녀가 온몸을 꽃으로 칠하고 교합하는 장면은 

불가해할 만큼 정확하고 뚜렷한 인과관계로 묶여 그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86 페이지 중에서...


━━━ 아내 ━━━

대학가에서 화장품가게를 운영하는 아내는 아이를 낳은 뒤 일을 종업원들에게 맡기고 밤에 카운터만 챙겼으나,

지난해부터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자 다시 가게 일을 직접 꾸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늘 고단해했지만,

아내는 천성적으로 참을성이 많은 편이었다.

그에게 일요일 하루만 시간을 비워달라는 것은 아내의 거의 유일한 요구사항이었다.

"나도 좀 쉬고 싶어서. ......당신에게도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90 페이지 중에서...


━━━ 처제와의 만남 ━━━

"내가 한번 처제를 만나볼까?"

아내의 얼굴이 반짝 생기를 띠었다.

"그래줄래요? 우리집엔 암만 오래도 오지 않고, 그래도 당신이 만나자면 어려워서라도..... 하긴,

걔가 그런 어려운 거 알 앤 아니지만, 어쩌다 그렇게 돼버렸는지."

그는 정많은 아내의 책임감있는 얼굴을,

숟가락의 약을 쏟을까 조심하며 아들에게 다가가는 신중한 뒷모습을 보았다.

좋은 여자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내는 언제나 좋은 여자였다.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지는, 그런 여자였다.

94 페이지 중에서...


그가 처제를 달리 생각하게 된 것은 분명히 아내에게서 몽고반점에 대한 말을 들은 다음이었다.

그러니까, 그전에 그는 조금도 처제에게 딴마음을 품은 적이 없었다.

처제가 그의 집에 있는 동안 보였던 행동들을 기억할 때 그의 몸에서 치밀어오르는 관능은 추체험에 불과한 것이었다.

베란다에서 손을 활짝 벌려 그림자를 만드는 그녀의 넔잃은 모습,

그의 아들을 씻길 때 헐렁한 트레이닝복 바지 아래로 드러나는 흰 발목,

방심한 자세로 비스듬히 앉아 텔레비전을 보던 모습,

반쯤 벌린 다리, 흐트러진 머리칼을 기억할 때마다 그의 몸은 뜨거워졌다.

그 모든 기억 위로 푸른빛 몽고 반점이 찍여 있었다.

103 페이지 중에서...


━━━ 제안 ━━━

"모델이 되어 달라는 거야."

그녀는 웃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마치 그의 내면을 꿰뚫어보기라도 하려는 듯 조용한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

"내 전시회에 와본 적 있지?"

"네"

"비슷한 비디오 작업이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단지...... 옷을 벗어야 하는데."

......

"옷을 벗고, 몸에 물감칠을 할 거야."

......

",,,,,,그리구요?"

"그러고 있으면 돼. 촬영이 끝날 때까지."

"꽃을 그릴 거야."
그녀의 눈이 일순 흔들린 것 같았다. 잘못 본 것인지도 몰랐다.

"힘들지 않을거야. 한시간에서 두시간 정도면 돼. 언제라도 처제가 편한 시간에."

......

"......어디서요?"

......

"친구 작업실을 빌릴까 하는데."

......

"어 ..... 언니한테는."

......

하지 않아도 좋을 말이라고 생각하며, 그러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말을 더듬는 자신을 찌르듯 환멸하며 그는 말했다.

"비밀......이니까."

그녀는 그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는 숨을 멈추고, 그녀가 지금 침묵으로 대답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삼킬듯 응시했다.

115 페이지 중에서...

- [채식주의자 ], 115 페이지 중에서... -

nTalk

2장의 몽고반점은 읽어내는데 가장 어려웠고 모호한 '장'이었습니다.

외설스러운 장면을 연상해야 하고,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이 부끄러움과 수치라는 감정과 혼합되기도 했던...


2장은 영혜의 언니의 남편, 그러니까 '형부'의 시각에서 쓰여진 이야기 입니다.

'예술가'라는 사람들이 가진 특성을 그대로 지닌듯한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네요.

그러나 반드시 '예술가'라고 지칭되는 그 사람들만이 그럴까? 라는 의문을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생각하게 됩니다.


여름철 시골, 흙바닥 위에 깔아둔 포장처럼, 포장의 아래는 언제나 눅눅하거니와

가끔 징그럽게도 꿈틀거리는 지렁이떼를 만나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 인간군상들의 도덕,규범이라고 불리는 포장들 밑바닥에 깔린 인간의 심리를 묘사하는 듯 하여

조금은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어쩌면 영혜는 형부의 제안 - 나체의 몸에 꽃을 그리는 행위 - 를 통해

치유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행위는 처음부터 영혜를 위한 행위가 아닌것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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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채식주의자 (한강 소설ㅣ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지은이: 한강

출판사: 창비

출판일: 20220328

ISBN: 9788936434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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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몽고반점


━━━ 직업 : 비디오작가 ━━━

마침 작업실 문은 잠겨 있었다.

일요일 오후는 거의 유일하게 그 혼자서 작업실을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업 메세나 운동의 일환으로 K그룹에서 본사건물 지하 이층에 제공한 이 여덟 평의 공간에서는 

네 명의 비디오작가들이 컴퓨터 하나씩을 붙들고 작업했다.

고가의 장비들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 였지만,

혼자일 때에만 몰입이 되는 그의 예민한 성격으로는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83 페이지 중에서...


━━━ 몽고반점 ━━━

그의 아내가 그 일요일 오후 그에게 아들을 목욕시켜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그가 아들을 커다란 수건으로 감사서 안고 나온 뒤,

아내가 아들에게 팬티를 입히는 모습을 보며

"아직도 몽고반점이 제법 크게 남아 있군.

대체 언제나 없어지는 거지?" 하고 묻지 않았다면.

아내가 "글쎄...... 나도 정확한 기억은 없는데.

영혜는 뭐, 스무살까지도 남아 있었는걸" 하고 뜻없이 말하지 않았다면.

"스무살?"

하는 그의 물음에 "응...... 그냥, 엄지손가락만 하게 파랗게.

그때까지 있었으니 아마 지금도 있을 거야" 라는 아내의 대답이 뒤따르지 않았다면.

여인의 엉덩이 가운데에서 푸른곷이 열리는 장면은 바로 그 순간 그를 충격했다.

벌거벗은 남녀가 온몸을 꽃으로 칠하고 교합하는 장면은 

불가해할 만큼 정확하고 뚜렷한 인과관계로 묶여 그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86 페이지 중에서...


━━━ 아내 ━━━

대학가에서 화장품가게를 운영하는 아내는 아이를 낳은 뒤 일을 종업원들에게 맡기고 밤에 카운터만 챙겼으나,

지난해부터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자 다시 가게 일을 직접 꾸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늘 고단해했지만,

아내는 천성적으로 참을성이 많은 편이었다.

그에게 일요일 하루만 시간을 비워달라는 것은 아내의 거의 유일한 요구사항이었다.

"나도 좀 쉬고 싶어서. ......당신에게도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90 페이지 중에서...


━━━ 처제와의 만남 ━━━

"내가 한번 처제를 만나볼까?"

아내의 얼굴이 반짝 생기를 띠었다.

"그래줄래요? 우리집엔 암만 오래도 오지 않고, 그래도 당신이 만나자면 어려워서라도..... 하긴,

걔가 그런 어려운 거 알 앤 아니지만, 어쩌다 그렇게 돼버렸는지."

그는 정많은 아내의 책임감있는 얼굴을,

숟가락의 약을 쏟을까 조심하며 아들에게 다가가는 신중한 뒷모습을 보았다.

좋은 여자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내는 언제나 좋은 여자였다.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지는, 그런 여자였다.

94 페이지 중에서...


그가 처제를 달리 생각하게 된 것은 분명히 아내에게서 몽고반점에 대한 말을 들은 다음이었다.

그러니까, 그전에 그는 조금도 처제에게 딴마음을 품은 적이 없었다.

처제가 그의 집에 있는 동안 보였던 행동들을 기억할 때 그의 몸에서 치밀어오르는 관능은 추체험에 불과한 것이었다.

베란다에서 손을 활짝 벌려 그림자를 만드는 그녀의 넔잃은 모습,

그의 아들을 씻길 때 헐렁한 트레이닝복 바지 아래로 드러나는 흰 발목,

방심한 자세로 비스듬히 앉아 텔레비전을 보던 모습,

반쯤 벌린 다리, 흐트러진 머리칼을 기억할 때마다 그의 몸은 뜨거워졌다.

그 모든 기억 위로 푸른빛 몽고 반점이 찍여 있었다.

103 페이지 중에서...


━━━ 제안 ━━━

"모델이 되어 달라는 거야."

그녀는 웃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마치 그의 내면을 꿰뚫어보기라도 하려는 듯 조용한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

"내 전시회에 와본 적 있지?"

"네"

"비슷한 비디오 작업이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단지...... 옷을 벗어야 하는데."

......

"옷을 벗고, 몸에 물감칠을 할 거야."

......

",,,,,,그리구요?"

"그러고 있으면 돼. 촬영이 끝날 때까지."

"꽃을 그릴 거야."
그녀의 눈이 일순 흔들린 것 같았다. 잘못 본 것인지도 몰랐다.

"힘들지 않을거야. 한시간에서 두시간 정도면 돼. 언제라도 처제가 편한 시간에."

......

"......어디서요?"

......

"친구 작업실을 빌릴까 하는데."

......

"어 ..... 언니한테는."

......

하지 않아도 좋을 말이라고 생각하며, 그러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말을 더듬는 자신을 찌르듯 환멸하며 그는 말했다.

"비밀......이니까."

그녀는 그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는 숨을 멈추고, 그녀가 지금 침묵으로 대답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삼킬듯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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