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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레벨 레벨
2024-12-11 07:46 15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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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그리고 추억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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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그리고 추억의 단상



2019년 12월, 겨울의 찬 바람을 맞으며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흔들기 시작하던 그 시점에 나는 베이징에서 주재원 생활을 시작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덮던 동안, 단 한 번도 한국에 돌아갈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1년 11월, 마침내 한국으로 복귀했다. 



베이징에서의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엄격한 통제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아무도 없는 도로를 홀로 걸으며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었고,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 보기 힘든 한산한 공항과 관광지를 둘러보는 특별한 경험도 가끔은 가능했다. 



아마도 누구보다 엄한 시기에 베이징에 있었기에, 

그곳에 대한 그리움이 더 깊이 남았던 것 같다. 

베이징에서 돌아온 뒤,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그때의 마음을 글로 적어 내려갔다. 

그 어설픈 글이 이제 내 손에 남아 있다.



---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참 간사하다. 

변심이 죽 끓듯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렇게 빨리 적응하고, 또 빨리 잊혀지는 것은 과연 괜찮은 걸까.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켜켜이 쌓여 추억이 되는 것일까? 

하지만 모든 켜켜이 쌓인 것들이 추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왠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기억은 잊히기를 바란다. 

또 어떤 기억은 간직되기를 바라지만, 

그것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잊히길 바라는 기억들에 굳이 ‘추억’이라는 이름을 붙여 남겨두고 싶지도 않다. 



돌이켜보면 과거의 기억조차 스스로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 간직하려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추억이란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추억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만을 우리는 추억이라 부른다. 



기억되지 못한 채 버려진 것들은, 

추억이라는 이름조차 얻지 못하고 사라질 뿐이다. 



그렇기에 추억은 어쩌면 시간이 아닌, 

지금 나와 함께 머무는 또 다른 형태의 현재일지도 모른다. - [], 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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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이란 이름으로

지은이: 하루살이

출판사: 북앤톡 BookNtalk.net

출판일: 2024-11-29

ISBN: book20241129412997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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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그리고 추억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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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그리고 추억의 단상



2019년 12월, 겨울의 찬 바람을 맞으며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흔들기 시작하던 그 시점에 나는 베이징에서 주재원 생활을 시작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덮던 동안, 단 한 번도 한국에 돌아갈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1년 11월, 마침내 한국으로 복귀했다. 



베이징에서의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엄격한 통제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아무도 없는 도로를 홀로 걸으며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었고,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 보기 힘든 한산한 공항과 관광지를 둘러보는 특별한 경험도 가끔은 가능했다. 



아마도 누구보다 엄한 시기에 베이징에 있었기에, 

그곳에 대한 그리움이 더 깊이 남았던 것 같다. 

베이징에서 돌아온 뒤,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그때의 마음을 글로 적어 내려갔다. 

그 어설픈 글이 이제 내 손에 남아 있다.



---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참 간사하다. 

변심이 죽 끓듯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렇게 빨리 적응하고, 또 빨리 잊혀지는 것은 과연 괜찮은 걸까.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켜켜이 쌓여 추억이 되는 것일까? 

하지만 모든 켜켜이 쌓인 것들이 추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왠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기억은 잊히기를 바란다. 

또 어떤 기억은 간직되기를 바라지만, 

그것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잊히길 바라는 기억들에 굳이 ‘추억’이라는 이름을 붙여 남겨두고 싶지도 않다. 



돌이켜보면 과거의 기억조차 스스로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 간직하려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추억이란 과연 무엇일까. 

어쩌면 추억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만을 우리는 추억이라 부른다. 



기억되지 못한 채 버려진 것들은, 

추억이라는 이름조차 얻지 못하고 사라질 뿐이다. 



그렇기에 추억은 어쩌면 시간이 아닌, 

지금 나와 함께 머무는 또 다른 형태의 현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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