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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
BoOk
고통에 찬 확신이 마치 오래 준비된 것처럼,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의 앞에 놓여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
더이상은 견딜 수 없다.
더 앞으로 갈 수 없다.
가고 싶지 않다.
그녀는 다시 한번 집 안의 물건들을 둘러보았다.
그것들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것과 꼭 같았다.
242 페이지 중에서...
- [채식주의자 ], 239 페이지 중에서... -nTalk
태어남과, 생과, 죽음, 그리고
생은 다시 희, 노, 애, 락을 소유하고 있다.
어쩌면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생 "生"은 찰나의 영역은 아닐까?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더 많은 것에 의미를 두기 위해 처절할 정도로 심오하게 받아들이고
더 많은 생을 살기 위해 자신을 옥죄면서 살아가는 것.
우리는 모두 그것만이 옳고,
그것만이 바르게 살아가는 길이라고 가르치고 배워왔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필요 없는 죽음의 순간이 오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고 아무것도 견딜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태어나서 우리는 갑자기 '권리'라든지 '의무'라는 것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권리와 의무 사이를 가르는 선도 정확하게 모르면서 권리라고 우기고, 의무라고 우긴다.
그러다 그 권리의 올가미에 걸려 숨도 쉬지 못한 채 사라지기도 하고,
의무의 방에 갇혀서 옴짝달싹도 못한 채 그렇게 사라지기도 한다.
어쩌면 부처나 예수가 옳았는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아무것에도 의미를 두지 않아야
비로소 우리의 생(삶)이 물이 흐르듯 지나갈지도 모르겠다.
제목: 채식주의자 (한강 소설ㅣ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지은이: 한강
출판사: 창비
출판일: 20220328
ISBN: 9788936434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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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둥마리웅고통에 찬 확신이 마치 오래 준비된 것처럼,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의 앞에 놓여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
더이상은 견딜 수 없다.
더 앞으로 갈 수 없다.
가고 싶지 않다.
그녀는 다시 한번 집 안의 물건들을 둘러보았다.
그것들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것과 꼭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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