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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몽고반점 3의3
BoOk
"그거 지우지 말아주겠어? 내일 까지만이라도, 아직 덜한 게 있어. 한번 더 찍어야 할 것 같아."
혹시 그녀는 웃고 있는가. 그가 볼 수 없는 전화선 저족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가.
?......지우고 싶지 않아서 씻지 않았어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꿈을 꾸지 않아요. 나중에 지워지더라도 다시 그려주면 좋겠어요."
......,
"내일 시간이 되면 한번 더 거기로 오겠어? 선바위 작업실."
"......좋아요."
"그런데, 한 사람이 더 올거야. 남자야."
"......"
"그 사람도 옷을 벗고 꽃을 그릴 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그는 기다렸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그녀의 침묵이 대체로
긍정을 내포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그는 더이상 불안하지 않았다.
"......좋아요."
142 페이지 중에서...
"옷을 벗어."
그녀는 옷을 벗었다.
이날은 그날만큼 햇빛이 밝지 않았으나, 젓가슴 가운데 그려진 황금빛 꽃송이가 찬란하게 반짝였다.
J와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태도는 태연했다.
마치 '옷을 입은 것보다 벗는 게 자연스럽잖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무릎을 세우고 앉은 J의 얼굴이 일순 황홀하게 굳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그가 시키지 않았는데 그녀는 J의 곁으로 다가갔다.
J가 앉은 모습을 융내내듯 흰 시트 위에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말없는 그녀의 얼굴과 찬란한 육체가 쓸쓸한 대조를 이뤘다.
150 페이지 중에서...
"좋아.....계속해. 그대로 몸을 겹쳐 누워봐.:
그녀는 부드럽게 J의 가슴을 밀어 시트 위에 눕혔다.
두손을 부드럽게 J의 아랫배로 이르는 붉은 꽃잎 한장 한장을 쓰다듬어 내려왔다.
그는 캠코더를 들고 그녀의 뒤쪽으로 돌아가, 그녀의 등에 흐드러진 자줏빛 꽃들을,
그녀의 몸짓에 다라 흔들리는 몽고 반점을 찍었다.
이거야, 라고 그는 이름 물고 생각했다.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
"혹시......혹시 말이야."
그는 J와 그녀를 번갈아 보았다.
"......정말로 할 수 있겠어?"
그녀의 얼굴에는 흔들림이 없었으나, J는 마치 뜨거운 것에 덴 듯 그녀를 밀치고 물러섰다.
무릎을 세워 oo를 감추며 말했다.
"뭬예요. 포르노를 찍자는 거예요?"
"내키지 않는다면 하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자연스럽게 가능하다면......"
"난, 그만 두겠어요."
J는 일어섰다.
153 페이지 중에서...
J의 차가 요란한 시동소리를 낸 뒤 앞마당을 떠났을때,
주섬주섬 스웨터를 입은 그녀에게 그는 사과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청바지에 다리를 끼운 뒤 지퍼를 올리려다 말고,
허공을 향해 피식 웃었을 뿐이었다.
"왜 웃어?"
"다 젖어 버려서......"
.......,
그는 캠코더를 내려놓고 성큼성큼 걸어가 조금 전 J가 나간 문을 잠갔다.
한번 잠근 것으로 모자라 윗부분의 방범체인까지 잠갔다.
그리고 거의 달리다시피 걸음을 빨리해,
그녀를 겨안고 시트위로 쓰러졌다.
그녀의 청바지를 무릎가지 글어내렸을 대 그녀가 말했다.
"안 돼요"
.......,
"그 자신이 마음에 들었던 거야?"
"그게 아니라, 꽃이......"
"꽃?"
......,
"그렇다면......"
자신의 목소리가 비명 같다고 그는 느꼈다.
"내 몸에 곷을 그리면, 그땐 받아주겠어?"
그녀는 물끄러미 그를 돌아다 보았다. 당연하죠,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이었다.
아니, 최소한 그는 그렇게 느꼈다.
158 페이지 중에서...
그는 온통 소름이 돋아 있는 자신의 가슴과 배, 다리를, 거기 그려진 거대한 붉은 꽃을 내려다보았다.
"마음에 들어, 나보다 더 잘 그렸어."
"뒷모습이 어떨지 모르겠어. 형 스케치는 뒷모습에 더 중점을 둔 것 같던데."
......,
"안돼 보여, 온몽에 꽃을 그려놓은 형 모습이......
불쌍하단 생각이 들어, 한번도 형한테서 그런 느낌 받은적 없었는데."
P는 그에게 다가와 셔츠의 윗단추를 마저 채워주었다.
......
그는 으르렁거리며 그녀를 눕혔다.
한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그녀의 입술과 코를 닥치는 대로 빨며 자신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
아랫부분의 단추들은 아예 뜯겨지도록 잡아당겨버렸다.
벌거숭이가 된 그는 그녀의 .........그녀의 안으로 들어갔다..
....
"미안해."
어둠에 잠긴 그녀의 얼굴을 더듬으며 그가 말했다.
그녀는 대답 대신 물었다.
"불을 켜도 되겠어요?"
침착한 목소리였다.
"......왜?"
"제대로 보고 싶어서."
......,
168 페이지 중에서...
영원히, 이 모든 것이 영원히......라고 그가 견딜 수 없을 만족감으로 몸을 떨었을 대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삼십분 가까이 신음 한번 내지 않고, 이따금 입술을 떨며, 줄곧 눈을 감은 채로 예민한 희열을 몸으로만 그에게 전해주던 그녀였다.
이제 끝내야 한다.
그는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를 안은 채 캠코더로 다가가, 더듬더듬 손을 벋어 전원을 껏다.
170 페이지 중에서...
"고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오."
그녀는 말했다.
"고기만 안 먹으면 그 얼굴들이 나타나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그녀의 말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의지와 무관하게 차츰 그의 눈은 감겼다.
"그러니까......이제 알겠어요. 그게 내 뱃속 얼굴이라는 걸,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이라는 걸."
앞뒤로 알 수 없는 그녀의 말을 자장가 삼아, 그는 끝없이 수직으로 낙하하듯 잠들었다.
"이제 무섭지 않아요. ......무서워하지 않을 거에요."
172 페이지 중에서...
그가 깨어났을 때 그녀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
이상하다, 생각하며 주워들고 가벽을 돌았을 때, 그는 식탁에 얼굴을 엎드리고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아내였다.
......,
"구급대를 불러놨어요."
"뭐라구?"
아내는 희끗하게 질린 얼굴로, 다가오는 그를 피해 뒤로 물러섰다.
"영혜도, 당신도 치료가 필요하잖아요."
그녀의 말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수초의 시간이 걸렸다.
"......나한테 정신병원에 들어가라는 거야?"
......,
"나쁜 새끼."
아내는 낮은 소리로, 눈물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아직 정신도 성치 않은 애를......저런 애를."
아내의 젖은 입술이 파들 거렸다.
.....,
지금 베란다로 달려가 그녀가 기대서 있는 난간을 뒤어넘어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삼층 아래로 떨어져 머리를 박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이 깨끗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에 못박혀 서서,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인 듯,
활활 타오르는 꽃 같은 그녀의 육체, 밤사이 그가 찍은 어떤 장면 보다
강렬한 이미지로 번쩍이는 육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178 페이지 중에서...
- [채식주의자 ], 페이지 중에서... -nTalk
다소 외설스러운 부분이 많았던 장입니다.
이 장을 읽으면서, 왜 작가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성적인 장면을 묘사해야만 했을지?
계속해서 의문을 가지고 읽어 내렸습니다.
단순히, 흥미를 끌기위해서만은 아닐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끝내, 답을 얻지는 못한듯 합니다.
다만, 작가를 믿기에 분명히 내가 찾지 못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다음장을 향해 내려 갑니다.
제목: 채식주의자 (한강 소설ㅣ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지은이: 한강
출판사: 창비
출판일: 20220328
ISBN: 9788936434595
"그거 지우지 말아주겠어? 내일 까지만이라도, 아직 덜한 게 있어. 한번 더 찍어야 할 것 같아."
혹시 그녀는 웃고 있는가. 그가 볼 수 없는 전화선 저족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가.
?......지우고 싶지 않아서 씻지 않았어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꿈을 꾸지 않아요. 나중에 지워지더라도 다시 그려주면 좋겠어요."
......,
"내일 시간이 되면 한번 더 거기로 오겠어? 선바위 작업실."
"......좋아요."
"그런데, 한 사람이 더 올거야. 남자야."
"......"
"그 사람도 옷을 벗고 꽃을 그릴 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그는 기다렸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그녀의 침묵이 대체로
긍정을 내포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그는 더이상 불안하지 않았다.
"......좋아요."
142 페이지 중에서...
"옷을 벗어."
그녀는 옷을 벗었다.
이날은 그날만큼 햇빛이 밝지 않았으나, 젓가슴 가운데 그려진 황금빛 꽃송이가 찬란하게 반짝였다.
J와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태도는 태연했다.
마치 '옷을 입은 것보다 벗는 게 자연스럽잖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무릎을 세우고 앉은 J의 얼굴이 일순 황홀하게 굳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그가 시키지 않았는데 그녀는 J의 곁으로 다가갔다.
J가 앉은 모습을 융내내듯 흰 시트 위에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말없는 그녀의 얼굴과 찬란한 육체가 쓸쓸한 대조를 이뤘다.
150 페이지 중에서...
"좋아.....계속해. 그대로 몸을 겹쳐 누워봐.:
그녀는 부드럽게 J의 가슴을 밀어 시트 위에 눕혔다.
두손을 부드럽게 J의 아랫배로 이르는 붉은 꽃잎 한장 한장을 쓰다듬어 내려왔다.
그는 캠코더를 들고 그녀의 뒤쪽으로 돌아가, 그녀의 등에 흐드러진 자줏빛 꽃들을,
그녀의 몸짓에 다라 흔들리는 몽고 반점을 찍었다.
이거야, 라고 그는 이름 물고 생각했다.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
"혹시......혹시 말이야."
그는 J와 그녀를 번갈아 보았다.
"......정말로 할 수 있겠어?"
그녀의 얼굴에는 흔들림이 없었으나, J는 마치 뜨거운 것에 덴 듯 그녀를 밀치고 물러섰다.
무릎을 세워 oo를 감추며 말했다.
"뭬예요. 포르노를 찍자는 거예요?"
"내키지 않는다면 하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자연스럽게 가능하다면......"
"난, 그만 두겠어요."
J는 일어섰다.
153 페이지 중에서...
J의 차가 요란한 시동소리를 낸 뒤 앞마당을 떠났을때,
주섬주섬 스웨터를 입은 그녀에게 그는 사과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청바지에 다리를 끼운 뒤 지퍼를 올리려다 말고,
허공을 향해 피식 웃었을 뿐이었다.
"왜 웃어?"
"다 젖어 버려서......"
.......,
그는 캠코더를 내려놓고 성큼성큼 걸어가 조금 전 J가 나간 문을 잠갔다.
한번 잠근 것으로 모자라 윗부분의 방범체인까지 잠갔다.
그리고 거의 달리다시피 걸음을 빨리해,
그녀를 겨안고 시트위로 쓰러졌다.
그녀의 청바지를 무릎가지 글어내렸을 대 그녀가 말했다.
"안 돼요"
.......,
"그 자신이 마음에 들었던 거야?"
"그게 아니라, 꽃이......"
"꽃?"
......,
"그렇다면......"
자신의 목소리가 비명 같다고 그는 느꼈다.
"내 몸에 곷을 그리면, 그땐 받아주겠어?"
그녀는 물끄러미 그를 돌아다 보았다. 당연하죠,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이었다.
아니, 최소한 그는 그렇게 느꼈다.
158 페이지 중에서...
그는 온통 소름이 돋아 있는 자신의 가슴과 배, 다리를, 거기 그려진 거대한 붉은 꽃을 내려다보았다.
"마음에 들어, 나보다 더 잘 그렸어."
"뒷모습이 어떨지 모르겠어. 형 스케치는 뒷모습에 더 중점을 둔 것 같던데."
......,
"안돼 보여, 온몽에 꽃을 그려놓은 형 모습이......
불쌍하단 생각이 들어, 한번도 형한테서 그런 느낌 받은적 없었는데."
P는 그에게 다가와 셔츠의 윗단추를 마저 채워주었다.
......
그는 으르렁거리며 그녀를 눕혔다.
한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그녀의 입술과 코를 닥치는 대로 빨며 자신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
아랫부분의 단추들은 아예 뜯겨지도록 잡아당겨버렸다.
벌거숭이가 된 그는 그녀의 .........그녀의 안으로 들어갔다..
....
"미안해."
어둠에 잠긴 그녀의 얼굴을 더듬으며 그가 말했다.
그녀는 대답 대신 물었다.
"불을 켜도 되겠어요?"
침착한 목소리였다.
"......왜?"
"제대로 보고 싶어서."
......,
168 페이지 중에서...
영원히, 이 모든 것이 영원히......라고 그가 견딜 수 없을 만족감으로 몸을 떨었을 대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삼십분 가까이 신음 한번 내지 않고, 이따금 입술을 떨며, 줄곧 눈을 감은 채로 예민한 희열을 몸으로만 그에게 전해주던 그녀였다.
이제 끝내야 한다.
그는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를 안은 채 캠코더로 다가가, 더듬더듬 손을 벋어 전원을 껏다.
170 페이지 중에서...
"고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오."
그녀는 말했다.
"고기만 안 먹으면 그 얼굴들이 나타나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그녀의 말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의지와 무관하게 차츰 그의 눈은 감겼다.
"그러니까......이제 알겠어요. 그게 내 뱃속 얼굴이라는 걸,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이라는 걸."
앞뒤로 알 수 없는 그녀의 말을 자장가 삼아, 그는 끝없이 수직으로 낙하하듯 잠들었다.
"이제 무섭지 않아요. ......무서워하지 않을 거에요."
172 페이지 중에서...
그가 깨어났을 때 그녀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
이상하다, 생각하며 주워들고 가벽을 돌았을 때, 그는 식탁에 얼굴을 엎드리고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아내였다.
......,
"구급대를 불러놨어요."
"뭐라구?"
아내는 희끗하게 질린 얼굴로, 다가오는 그를 피해 뒤로 물러섰다.
"영혜도, 당신도 치료가 필요하잖아요."
그녀의 말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수초의 시간이 걸렸다.
"......나한테 정신병원에 들어가라는 거야?"
......,
"나쁜 새끼."
아내는 낮은 소리로, 눈물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아직 정신도 성치 않은 애를......저런 애를."
아내의 젖은 입술이 파들 거렸다.
.....,
지금 베란다로 달려가 그녀가 기대서 있는 난간을 뒤어넘어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삼층 아래로 떨어져 머리를 박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이 깨끗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에 못박혀 서서,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인 듯,
활활 타오르는 꽃 같은 그녀의 육체, 밤사이 그가 찍은 어떤 장면 보다
강렬한 이미지로 번쩍이는 육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178 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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