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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레벨 레벨
2024-12-20 16:24 8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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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오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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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중반을 넘긴 지금도,  

첫눈을 기다리는 마음이 여전히 살아있을까.  


바쁜 일상 속에서도 문득문득 첫눈이 내릴 날을 기대하곤 했다.  

그리고 2024년 11월 27일, 드디어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첫눈이라기엔 너무도 거세게, 끝도 없이 쏟아졌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고,  

눈을 반기던 설렘도 잠시였다.  

이내 사람들 사이에는  

'집에 어떻게 가야 할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번졌다.  


그렇게 폭설로 가득 찬 하루가 지나고,  

한동안 경기도 화성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가끔 눈발이 날리긴 했지만,  

퇴근길엔 이미 바닥조차 마른 채였다.  


---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한 달 남짓 지난 오늘,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던 중,  

문득 눈에 들어온 풍경이 있었다.  


녹지 않은 채 지붕 위에 고스란히 쌓여 있는 눈.  

그리고 식당 창밖으로 보이는 산자락에도  

첫눈이 그대로 얼어붙은 듯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군가는 음지라서 그렇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그곳에 더 많은 눈이 왔을 거라고 했다.  


왜 그날의 눈이 아직도 저렇게 남아 있는 걸까.  

별다른 관심 없이 지나치려던 순간,  

그 눈 위로 겹겹이 쌓인 나의 마음을 보았다.  


녹지 않고, 흩어지지 않는 저 눈처럼 말이다.  


그날 이후로,  

따스한 햇살이 내리쬔 날도 있었고,  

바람이 세차게 몰아친 날도 있었다.  


그런데도 저 눈은 여전히 녹지 않고,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마치 시간에 닳지 않는 어떤 마음처럼.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녹지 않는 눈은 있을 리 없다.  

아마도 내가 만든 음지 속에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눈을 다시 쌓아 올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은 나의 마음이 그늘을 만들고,  

구름과 얼음 같은 감정을 쌓아  

저 눈을 녹이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일지도.  


흩어지지도, 녹지도 않은 채,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머무는  

어떤 겨울의 풍경을 바라본다.  

- [], 페이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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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이란 이름으로

지은이: 하루살이

출판사: 북앤톡 BookNtalk.net

출판일: 2024-11-29

ISBN: book20241129412997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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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오는날

오십 중반을 넘긴 지금도,  

첫눈을 기다리는 마음이 여전히 살아있을까.  


바쁜 일상 속에서도 문득문득 첫눈이 내릴 날을 기대하곤 했다.  

그리고 2024년 11월 27일, 드디어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첫눈이라기엔 너무도 거세게, 끝도 없이 쏟아졌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고,  

눈을 반기던 설렘도 잠시였다.  

이내 사람들 사이에는  

'집에 어떻게 가야 할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번졌다.  


그렇게 폭설로 가득 찬 하루가 지나고,  

한동안 경기도 화성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가끔 눈발이 날리긴 했지만,  

퇴근길엔 이미 바닥조차 마른 채였다.  


---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한 달 남짓 지난 오늘,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던 중,  

문득 눈에 들어온 풍경이 있었다.  


녹지 않은 채 지붕 위에 고스란히 쌓여 있는 눈.  

그리고 식당 창밖으로 보이는 산자락에도  

첫눈이 그대로 얼어붙은 듯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군가는 음지라서 그렇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그곳에 더 많은 눈이 왔을 거라고 했다.  


왜 그날의 눈이 아직도 저렇게 남아 있는 걸까.  

별다른 관심 없이 지나치려던 순간,  

그 눈 위로 겹겹이 쌓인 나의 마음을 보았다.  


녹지 않고, 흩어지지 않는 저 눈처럼 말이다.  


그날 이후로,  

따스한 햇살이 내리쬔 날도 있었고,  

바람이 세차게 몰아친 날도 있었다.  


그런데도 저 눈은 여전히 녹지 않고,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마치 시간에 닳지 않는 어떤 마음처럼.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녹지 않는 눈은 있을 리 없다.  

아마도 내가 만든 음지 속에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눈을 다시 쌓아 올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은 나의 마음이 그늘을 만들고,  

구름과 얼음 같은 감정을 쌓아  

저 눈을 녹이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일지도.  


흩어지지도, 녹지도 않은 채,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머무는  

어떤 겨울의 풍경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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