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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2024-11-14 38
침묵

길었던 하루가 끝나면 침묵할 시간이 필요하다.난롯불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듯,침묵의 미미한 온기를 향해 굳은 손을 뻗어 펼칠 시간이.

아둥마리웅 2024-11-06 81
백발

[눈보라]몇 년 전 대설주의보가 내렸을 때였다.눈보라가 치는 서울의 언덕길을 그녀는 혼자서 걸어올라가고 있었다.우산을 썻지만 소용없었다.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었다.얼굴로, 몸으로, 세차게 휘몰아치는 눈송이들을 거슬러 그녀는 계속 걸었다.알 수 없었다. 대체 무엇일까. 이 차갑고 적대적인 것은?동시에연약한 것, 사라지는 것,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이것은?|64|[손수건]후미진 주택가 건물 아래를 걷던 늦여름 오후에 그녀는 봤다.어떤 여자가 삼층 베란다 끝에서 빨래를 걷다 실수로 일부를 떨어뜨렸다.손수건 한 장이 가장 느리게, 마지막

아둥마리웅 2024-11-05 48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눈을 바라본다.

[나]두달 가까이 시간이 더 흘러 추워지기 시작한 밤.익숙하고도 지독한 친구 같은 편두통 때문에 물 한컵을 데워 알약들을 삼키다가(담당하게) 깨달았다.어딘가로 숨는다는 건 어차피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10|그렇게 날카로운 시간의 모서리-시시각각 갱신되는 투명한 벼랑의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살아온 만큼의 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의지가 개입할 겨를 없이,서슴없이 남은 한 발을 허공으로 내딛는다.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에 방법이 없기 때문에.지금 이 순간도 그 위태로움을 나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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