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 나무불꽃 중에서
[면회]그녀는 비에 젖은 도로를 바라보며 서 있다.마석읍 터미널 건너편의 버스정류장이다.거대한 화물차들이 굉음을 내며 일차선을 질주해 지나간다.빗발은 그녀의 우산을 뚫고 들어올 듯 거세다.......,축성 정신병원 가지요?늦은 중년의 버스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올라오라는 손짓을 한다.차비를 낸 뒤 의자를 찾는 그녀의 눈에 승객들의 얼굴이 들어온다.모두 그녀를 주시하고 있다.환자인가. 보호자인가? 어디 이상한 구석은 없나,의심과 경계, 혐오와 호기심이 얽힌 그들의 시선을 그녀는 익숙하게 외면한다.|181|영혜가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은
2.몽고반점 3의3
[재회]"그거 지우지 말아주겠어? 내일 까지만이라도, 아직 덜한 게 있어. 한번 더 찍어야 할 것 같아."혹시 그녀는 웃고 있는가. 그가 볼 수 없는 전화선 저족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가.?......지우고 싶지 않아서 씻지 않았어요."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꿈을 꾸지 않아요. 나중에 지워지더라도 다시 그려주면 좋겠어요."......,"내일 시간이 되면 한번 더 거기로 오겠어? 선바위 작업실.""......좋아요.""그런데, 한 사람이 더 올거야. 남자야.""......""그 사람도 옷을 벗고 꽃을 그릴 거야.
2. 몽고반점 3중의 2
[작업]준비해온 화구를 펼쳐놓고, PD100 캠코더를 꺼내 배터리를 확인하고,촬영이 길어질 경우에 쓸 조명을 작업실 한켠에 세워두고,스케치북을 한번 펼쳤다가 다시 가방에 넣고,점퍼를 벗고, 소매까지 걷은 뒤 그는 기다렸다.그녀가 지하철역에 도찰할 오후 세시가 가까워오자 그는 점퍼를 팔에 걸치고 구두를 신었다.변두리라 퍽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지하철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117|뜻밖에 처제는 지하철역의 출구에 먼저 와 있었다.역사에서 나온 지 오래된 듯 다소 흐트러진 자세로 계단에 걸터앉아 있었다.허름한 청바지에 두툼한 갈색 스웨
2. 몽고반점 3중의 1
2. 몽고반점[직업 : 비디오작가]마침 작업실 문은 잠겨 있었다.일요일 오후는 거의 유일하게 그 혼자서 작업실을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다.기업 메세나 운동의 일환으로 K그룹에서 본사건물 지하 이층에 제공한 이 여덟 평의 공간에서는네 명의 비디오작가들이 컴퓨터 하나씩을 붙들고 작업했다.고가의 장비들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 였지만,혼자일 때에만 몰입이 되는 그의 예민한 성격으로는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83|[몽고반점]그의 아내가 그 일요일 오후 그에게 아들을 목욕시켜달라고 하지 않았다면.그가 아들을 커다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