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서 있었는데......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땅속으로 팔고 들었어.끝없이, 끝없이......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열에 들뜬 영혜의 두 눈을 그녀는 우두망찰 건너다보았다.나, 몸에 물을 맞아야 하는데.언니, 나 이런 음식 필요없어. 물이 필요한데.|216|
채식주의자 - 나무불꽃 중에서
[면회]그녀는 비에 젖은 도로를 바라보며 서 있다.마석읍 터미널 건너편의 버스정류장이다.거대한 화물차들이 굉음을 내며 일차선을 질주해 지나간다.빗발은 그녀의 우산을 뚫고 들어올 듯 거세다.......,축성 정신병원 가지요?늦은 중년의 버스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올라오라는 손짓을 한다.차비를 낸 뒤 의자를 찾는 그녀의 눈에 승객들의 얼굴이 들어온다.모두 그녀를 주시하고 있다.환자인가. 보호자인가? 어디 이상한 구석은 없나,의심과 경계, 혐오와 호기심이 얽힌 그들의 시선을 그녀는 익숙하게 외면한다.|181|영혜가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은
2.몽고반점 3의3
[재회]"그거 지우지 말아주겠어? 내일 까지만이라도, 아직 덜한 게 있어. 한번 더 찍어야 할 것 같아."혹시 그녀는 웃고 있는가. 그가 볼 수 없는 전화선 저족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가.?......지우고 싶지 않아서 씻지 않았어요."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꿈을 꾸지 않아요. 나중에 지워지더라도 다시 그려주면 좋겠어요."......,"내일 시간이 되면 한번 더 거기로 오겠어? 선바위 작업실.""......좋아요.""그런데, 한 사람이 더 올거야. 남자야.""......""그 사람도 옷을 벗고 꽃을 그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