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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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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2024-11-17 67
떠날 때 자신이 가진 가장 예리한 칼을 꺼내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어디서부터 모든 게 부스러지기 시작했는지.언젠가 갈림길이었는지.어느 틈과 마디가 임계점이었는지.어떤 사람들은 떠날 때 자신이 가진 가장 예리한 칼을 꺼내든다는 것을우리는 경험으로 안다.가까웠기에 정확히 알고 있는,상대의 가장 연한 부분을 베기위해.반쯤 넘어진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아, 당신처럼.살고 싶어서 너를 떠나는 거야.사는 것같이 살고 싶어서.

최고관리자 2024-11-14 38
침묵

길었던 하루가 끝나면 침묵할 시간이 필요하다.난롯불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듯,침묵의 미미한 온기를 향해 굳은 손을 뻗어 펼칠 시간이.

아둥마리웅 2024-11-06 81
백발

[눈보라]몇 년 전 대설주의보가 내렸을 때였다.눈보라가 치는 서울의 언덕길을 그녀는 혼자서 걸어올라가고 있었다.우산을 썻지만 소용없었다.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었다.얼굴로, 몸으로, 세차게 휘몰아치는 눈송이들을 거슬러 그녀는 계속 걸었다.알 수 없었다. 대체 무엇일까. 이 차갑고 적대적인 것은?동시에연약한 것, 사라지는 것,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이것은?|64|[손수건]후미진 주택가 건물 아래를 걷던 늦여름 오후에 그녀는 봤다.어떤 여자가 삼층 베란다 끝에서 빨래를 걷다 실수로 일부를 떨어뜨렸다.손수건 한 장이 가장 느리게, 마지막

아둥마리웅 2024-11-05 48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눈을 바라본다.

[나]두달 가까이 시간이 더 흘러 추워지기 시작한 밤.익숙하고도 지독한 친구 같은 편두통 때문에 물 한컵을 데워 알약들을 삼키다가(담당하게) 깨달았다.어딘가로 숨는다는 건 어차피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10|그렇게 날카로운 시간의 모서리-시시각각 갱신되는 투명한 벼랑의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살아온 만큼의 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의지가 개입할 겨를 없이,서슴없이 남은 한 발을 허공으로 내딛는다.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에 방법이 없기 때문에.지금 이 순간도 그 위태로움을 나는 느낀다.

아둥마리웅 2024-11-04 65
물구나무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서 있었는데......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땅속으로 팔고 들었어.끝없이, 끝없이......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열에 들뜬 영혜의 두 눈을 그녀는 우두망찰 건너다보았다.나, 몸에 물을 맞아야 하는데.언니, 나 이런 음식 필요없어. 물이 필요한데.|216|

최고관리자 2024-11-01 64
2.몽고반점 3의3

[재회]"그거 지우지 말아주겠어? 내일 까지만이라도, 아직 덜한 게 있어. 한번 더 찍어야 할 것 같아."혹시 그녀는 웃고 있는가. 그가 볼 수 없는 전화선 저족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가.?......지우고 싶지 않아서 씻지 않았어요."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꿈을 꾸지 않아요. 나중에 지워지더라도 다시 그려주면 좋겠어요."......,"내일 시간이 되면 한번 더 거기로 오겠어? 선바위 작업실.""......좋아요.""그런데, 한 사람이 더 올거야. 남자야.""......""그 사람도 옷을 벗고 꽃을 그릴 거야.

최고관리자 2024-10-29 62
한번만, 단 한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

한번만, 단 한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캄캄한 창밖으로 달려나가고 싶어.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그럴 수 있을까.......,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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