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눈을 바라본다.
[나]두달 가까이 시간이 더 흘러 추워지기 시작한 밤.익숙하고도 지독한 친구 같은 편두통 때문에 물 한컵을 데워 알약들을 삼키다가(담당하게) 깨달았다.어딘가로 숨는다는 건 어차피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10|그렇게 날카로운 시간의 모서리-시시각각 갱신되는 투명한 벼랑의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살아온 만큼의 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의지가 개입할 겨를 없이,서슴없이 남은 한 발을 허공으로 내딛는다.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에 방법이 없기 때문에.지금 이 순간도 그 위태로움을 나는 느낀다.
물구나무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서 있었는데......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땅속으로 팔고 들었어.끝없이, 끝없이......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열에 들뜬 영혜의 두 눈을 그녀는 우두망찰 건너다보았다.나, 몸에 물을 맞아야 하는데.언니, 나 이런 음식 필요없어. 물이 필요한데.|216|
2.몽고반점 3의3
[재회]"그거 지우지 말아주겠어? 내일 까지만이라도, 아직 덜한 게 있어. 한번 더 찍어야 할 것 같아."혹시 그녀는 웃고 있는가. 그가 볼 수 없는 전화선 저족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가.?......지우고 싶지 않아서 씻지 않았어요."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꿈을 꾸지 않아요. 나중에 지워지더라도 다시 그려주면 좋겠어요."......,"내일 시간이 되면 한번 더 거기로 오겠어? 선바위 작업실.""......좋아요.""그런데, 한 사람이 더 올거야. 남자야.""......""그 사람도 옷을 벗고 꽃을 그릴 거야.
2. 몽고반점 3중의 2
[작업]준비해온 화구를 펼쳐놓고, PD100 캠코더를 꺼내 배터리를 확인하고,촬영이 길어질 경우에 쓸 조명을 작업실 한켠에 세워두고,스케치북을 한번 펼쳤다가 다시 가방에 넣고,점퍼를 벗고, 소매까지 걷은 뒤 그는 기다렸다.그녀가 지하철역에 도찰할 오후 세시가 가까워오자 그는 점퍼를 팔에 걸치고 구두를 신었다.변두리라 퍽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지하철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117|뜻밖에 처제는 지하철역의 출구에 먼저 와 있었다.역사에서 나온 지 오래된 듯 다소 흐트러진 자세로 계단에 걸터앉아 있었다.허름한 청바지에 두툼한 갈색 스웨
2. 몽고반점 3중의 1
2. 몽고반점[직업 : 비디오작가]마침 작업실 문은 잠겨 있었다.일요일 오후는 거의 유일하게 그 혼자서 작업실을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다.기업 메세나 운동의 일환으로 K그룹에서 본사건물 지하 이층에 제공한 이 여덟 평의 공간에서는네 명의 비디오작가들이 컴퓨터 하나씩을 붙들고 작업했다.고가의 장비들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 였지만,혼자일 때에만 몰입이 되는 그의 예민한 성격으로는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83|[몽고반점]그의 아내가 그 일요일 오후 그에게 아들을 목욕시켜달라고 하지 않았다면.그가 아들을 커다란
한번만, 단 한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
한번만, 단 한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캄캄한 창밖으로 달려나가고 싶어.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그럴 수 있을까.......,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71|